경제
'수요 억제? 공급 확대?'…이창용 "그런 식상한 해법으론 어림도 없다"

이 총재는 문제의 핵심으로 '서울 집중' 현상을 정조준했다. 그는 "수요 억제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며, 공급 확대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공급 부족 문제는 사실상 서울 지역에 국한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단순히 서울 내에 아파트를 더 짓는 방식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근본적으로 서울로 인구가 계속해서 유입되는 흐름을 막는 중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것이다. 즉, 국토 균형 발전과 같은 거시적인 관점의 접근 없이는 수도권 부동산 문제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어렵다는 인식을 분명히 드러냈다.

또한 이 총재는 정책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그는 부동산 문제가 한두 가지 정책을 바꾼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며, 장기적인 호흡으로 꾸준히 정책을 사용해야만 안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계층이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라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보완책이 반드시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강력한 정책 추진이 자칫 서민이나 취약계층에게 더 큰 고통을 전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완충 장치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론적으로 이 총재는 현재의 정책이 잘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차원을 넘어, 어떤 방식으로든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힘주어 말했다. 그의 발언은 금리 정책만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한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정부와 국회가 보다 넓은 시야에서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을 들여다보고 종합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강력한 촉구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단기적인 시장 부양이나 억제를 넘어, 지속 가능한 주거 안정을 위한 국가 차원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는 준엄한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