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1초 만에 책 리뷰 뽑아내는 AI 시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대면 소통, 손 글씨, 심지어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방식까지 기술에 의해 매개되면서 우리는 실제 경험으로부터 멀어진다." 이는 인공지능이 작성한 글의 일부다. 책 제목과 저자명만 입력하고 리뷰를 요청했더니, 단 1초 만에 A4 용지 한 장 분량의 글이 완성됐다. 책을 읽지 않고도 '기자의 추천 책' 원고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견된다. 한 기자는 서울을 방문하는 취재원에게 맛집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당황했다. 그동안 식당에서 실패한 경험이 없었음에도 추천할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항상 맛집 앱이나 포털 리뷰의 평점에 의존해 식당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보고 들어가 '그 글이 맞았네!' 하고 나온 게 끝이었다."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새로운 맛을 발견하는 기쁨, 그 경험을 통해 형성된 자신만의 추천 목록은 이제 희미한 기억이 되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선생님은 '경험'이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경험의 가치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오늘날의 아이들은 "엄마, 아빠 얼굴보다 자신을 촬영하는 스마트폰을 더 가까이서 보고" 자란다. 작은 손가락으로 태블릿 화면을 밀며 세상을 배우는 세대에게 실패의 경험은 줄어들고, 안정적인 선택지는 넘쳐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움의 충격, 예상치 못한 발견의 기쁨과 같은 소중한 경험들이 사라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불편함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본질적 조건이 되는 현실 세계의 경험까지 함께 제거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경험의 멸종'이라고 정의한다. 기술 발전의 이면에 숨겨진 위험성을 경고하는 많은 책들 중에서도, '경험'이라는 철학적 관점에서 디지털 시대를 성찰하는 이 책의 접근법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대체하고 있는 인간 경험의 가치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실패와 시행착오, 우연한 발견과 같은 소중한 경험들을 잃어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우리는 더욱 의식적으로 직접적인 경험의 가치를 되새겨야 할 시점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