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집 사기 겁난다’ 수도권 아파트값, 기대심리 ‘뚝’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5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09로 집계되며 전월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2년 7월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16포인트 떨어졌던 이후 최대 낙폭이다. 특히 이 지수는 3월(105)부터 6월(120)까지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지만, 5개월 만에 하락 전환하며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안 심리를 반영했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100을 기준으로, 100을 넘으면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이혜영 한국은행 경제심리조사팀장은 “해당 지수의 장기평균은 107로, 상승 기대가 항상 우세한 편”이라며 “최근 아파트 가격이 정체 또는 하락 추세를 보이면서 지표도 이에 반응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하락세는 지난 6월 27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대책’의 영향이 크다. 초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확대 등으로 인해 대출 여건이 급격히 위축되자 실수요자들의 매수심리가 위축됐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들썩였던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도 한풀 꺾이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전반적으로 식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예상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5%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5월(2.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석유류 가격의 상승 전환과 함께 가공식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이 증가한 것이다. 3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과 동일했고, 5년 후 기대치도 0.1%포인트 오른 2.5%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품목으로는 농축수산물이 48.0%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공공요금(42.2%), 석유류제품(32.7%), 공업제품(32.7%) 순이었다. 전월 대비로 보면, 석유류에 대한 응답 비중이 12.0%포인트 급등한 반면, 농축수산물과 공업제품은 각각 3.5%포인트, 2.8%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소비자심리는 크게 개선됐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0.8로 전월보다 2.1포인트 상승하며 석 달 연속 100을 상회했다. 이는 2021년 6월(111.1) 이후 4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CCSI는 경기, 생활형편, 소비지출 전망 등 6개 항목을 종합해 산출되며, 100을 초과하면 소비자들이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구성 지표 중 ‘현재경기판단’은 86으로 12포인트나 급등하며 2021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승폭만 놓고 보면, 코로나19 이후 회복세가 컸던 2020년 11월(14포인트 상승) 이후 최대치다. ‘현재생활형편’ 역시 2포인트 상승해 2018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인 94를 나타냈으며, ‘소비지출전망’도 1포인트 오른 111로 집계됐다. 다만 ‘생활형편전망’(101)과 ‘가계수입전망’(102)은 전월과 동일했고, ‘향후경기전망’은 1포인트 하락한 106을 기록했다.
금리 수준에 대한 소비자 전망도 변화가 있었다. 이달 금리수준전망 CSI는 95로 전월 대비 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기준금리 동결 기조에도 불구하고,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잇달아 인상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지수는 지난 4월(96) 이후 최고치로, 대출금리 상승에 대한 소비자들의 체감이 반영된 결과다.
한국은행은 “소비자심리지수가 3개월 연속 장기평균을 웃돌고 있어, 경기 회복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며 “향후 소비 회복 흐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은 규제로 인해 주춤한 반면, 전반적인 소비 심리는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향후 경제지표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