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국 소비쿠폰에 이어... 싱가포르·말레이시아 '현금 살포' 경쟁 시작됐다

 경기 활성화와 생계비 부담 완화를 위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정부가 국민들에게 현금과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정책을 연달아 발표했다. 두 국가 모두 최근 물가 상승과 경제 침체 우려 속에서 국민 지원책을 확대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22일부터 21∼59세 싱가포르 국민 전원에게 600싱가포르달러(약 65만원) 규모의 소비쿠폰 지급을 시작했다. 싱가포르 독립 60주년을 기념해 'SG60 바우처'로 명명된 이 소비쿠폰은 약 300만 명에게 지급되며, 소상공인 소매상 2만3000여 곳과 8개 슈퍼마켓 체인에서 사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이에 앞서 지난 1일부터 60세 이상 국민들에게는 더 많은 800싱가포르달러(약 86만원)의 소비쿠폰 지급을 시작했다. 통상산업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지급 대상 노년층의 83% 이상인 91만5000여 명이 소비쿠폰을 받아 1억2670만싱가포르달러(약 1377억원)가 이미 소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2월 이 정책을 발표하면서 싱가포르의 발전에 대한 모든 국민의 공로를 기리고 국가 발전 혜택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비쿠폰 지급에는 20억2000만싱가포르달러(약 2조1800억원)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다.

 

한편, 싱가포르의 이웃 국가인 말레이시아도 비슷한 정책을 내놓았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23일 성명을 통해 8월 31일부터 18세 이상 모든 말레이시아 국민에게 100링깃(약 3만3000원)의 현금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또한 연료 보조금 삭감 계획을 변경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을 현재 리터(L)당 2.05링깃(약 669원)에서 1.99링깃(약 649원)으로 2.9%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는 최근 물가 상승에 따른 생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안와르 총리는 "여러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민들의 불만을 이해하고 생계비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현금 지원금 지급에 드는 정부 예산은 총 150억링깃(약 4조8900억원)으로 당초 배정된 130억링깃보다 15.4% 늘어난 규모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당초 연료 보조금을 합리화해 고소득층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할 방침이었으나 이번에 이를 사실상 뒤집었다. 그간 안와르 정부는 전기 대량 사용자에 대한 전기요금 인상 등 재정건전성 강화를 추진해왔지만, 물가 상승으로 생계비 부담이 커지면서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이 같은 지원 방안을 내놓게 된 것이다.

 

안와르 총리는 또한 24일에 빈곤층을 위한 추가 지원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두 국가의 이러한 현금성 지원 정책은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내수 진작과 국민 생활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