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토픽

시험지 빼돌리기 3분 작전, 경북 고교서 무슨 일이?

 경북 지역 한 고등학교에서 전직 기간제 교사와 학부모가 학교에 무단 침입해 시험지를 빼돌리려 한 사건이 발생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학교 시설관리자와 조직적으로 공모한 정황을 포착했으며, 학부모가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아 증거 인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경북교육청은 도내 모든 일반계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시험 출제부터 채점까지의 전 과정을 점검하는 등 보안 강화에 나섰다.

 

안동경찰서와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 A씨(30대)와 학부모 B씨(40대)는 지난 4일 새벽 1시 20분경 해당 고등학교 3학년 교무실에 무단 침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학교 내 경비시스템은 해제된 상태였고, 두 사람은 2~3분간 교무실에 머문 후 나왔다. 이후 경비시스템이 재작동해 침입 사실이 적발됐다. 학교 시설관리자 C씨는 이들의 침입을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교가 시험 출제 후 시험지를 3학년 교무실이 아닌 별도의 평가관리실에 보관하며, 이중시건장치와 비밀번호를 성적관리위원장 등 소수만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교육청은 시험지 자체보다는 시험 출제 자료를 빼돌리기 위한 침입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A씨는 지난해 2월까지 3년간 이 학교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으며,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여러 차례 빼돌리려 시도한 정황이 보안업체 출입기록 재조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학부모 B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려 했으나 B씨가 제출하지 않아 증거 인멸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두 사람 사이에 금품 거래가 오간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은 A씨를 부정처사후수뢰, 건조물침입,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했으며, B씨와 C씨는 구속영장 심사를 앞두고 있다. 교육청 조사 결과 두 사람은 과거부터 친분이 있었으며, B씨 자녀는 해당 학교에서 성적 최상위권 학생으로 나타났다. 해당 학교는 전교생 약 100명 규모의 사립학교로, 학년별 2~3개 학급으로 구성돼 있으며 경쟁이 매우 치열한 편이다.

 

학교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며, 부정행위가 확인되면 해당 시험 성적을 모두 0점 처리하고 관련자에 대한 추가 징계를 진행할 방침이다. 경북교육청도 경찰 수사가 끝나는 대로 정식 감사를 실시하고, 사립학교 재단에 교직원 징계를 권고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북교육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도내 모든 일반계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시험 출제, 인쇄, 보관, 시행, 채점 등 평가 전반에 대한 절차와 학교 내 방범 보안장치 운영 적정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위법 행위가 적발되면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시험 관리의 허점과 공모 정황, 그리고 증거 인멸 시도까지 드러나면서 교육 현장의 신뢰 문제를 다시 한번 제기하고 있다. 경북교육청과 경찰은 엄정한 수사와 점검을 통해 부정행위 근절과 교육 환경 개선에 나설 것을 예고하고 있다.